아름다운 얼굴 (111) 이재언 섬 탐험가 - “우리들의 공간의식을 섬과 바다까지 확장시켜야 한다”
수정 : 2021-10-10 08:13:36
아름다운 얼굴 (111) 이재언 섬 탐험가
“우리들의 공간의식을 섬과 바다까지 확장시켜야 한다”
25년간 한국의 유인도 446개를 3번 돌았다
섬의 역사 문화 지리 생업을 기록한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 2쇄 발간
25년간 한국의 유인도 446개를 직접 3번 돌았다. 섬에서 드론을 날려 섬 전체를 촬영하고 섬의 구석구석을 탐방해 사진을 찍고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했다. 섬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했고 인문 사회 지리 민속 풍광 환경 생태 생업 등을 총망라해 기행문 형식으로 꼼꼼히 기록했다. 이중환의 ‘택리지’의 섬 버전이다. 사비로 조그만 배(등대 1, 2호)를 마련해 본인이 선장이 되고 항해사를 겸하며 직접 배를 몰고 다녔다. 풍랑과 안개로 좌초되어 해경에 하루에도 3번씩 구조되기도 했다.
탐사선 3차례 파손, 촬영용 드론 6개 버렸다
25년 동안 탐사선 2척이 3차례 부서졌고 촬영용 드론 6대가 물속에 처박혔다. 안개 속에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바람에 경비정이 지금까지 9차례나 출동했고 2013년엔 선박매몰죄로 벌금 2백만 원을 선고받고 벌금을 내지 못해 순천교도소에서 노역하기도 했다. 그는 주민이 딱 한 명인 작은 섬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섬 모두를 기록했다. 드론기술을 익히고 섬 관련 책들을 공부하면서 차근차근 한국의 유인도들을 기록해 나갔다.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인 이재언
그를 알아본 네이버, 지식백과에 섬 정보 수록
세상은 그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2008년 MBC에서 ‘바다를 건너다’란 프로그램에 5개월간 출연하면서 도움이 답지하기 시작했다. 2011년 네이버는 책 제작비를 제공 하는 대신 그의 기록을 ‘네이버 지식백과’에 등재했다. 한국연구재단도 재정 후원에 참여했다. 그에게 어떤 이유로 섬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89년 바나바 선교회의 섬 선교사로 파송되어 남해의 섬들을 3년간 순회하며 선교 활동을 했었다. 섬들은 주거환경이 형편없었고 이토록 아름다운 섬들이 무관심으로 방치되고 있는 게 안타까워 섬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역시 섬 출신인 것도 한몫했다.
▲ 여수 광도 가파른 절벽길 아래배는 등대호
완도군 노화도 출생, 50세부터 시작한 학업 대학원까지 나왔다
이재언 씨는 전남 완도군 노화도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외에는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50세가 넘어서 중·고 검정고시를 통해 전문대학교, 사이버 대학교, 그리고 대학원을 나왔다. 대단한 집념이다. 2010년부터 10년 동안 목포대서 도서문화연구원으로 일한 그는 작년부터 목포과학대 해양사업단의 선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의 역사가 기록되지 않으면 미래의 역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는 “현재의 역사가 기록되지 않으면 미래의 역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섬을 기록하지 않으면 섬의 미래가 없다는 믿음이다. 그의 기록에 대한 믿음은 ‘한국의 섬’ 13권으로 구현됐다. 사실 한 개인이 이런 일을 해냈다는 것이 잘 믿어지지 않는다. 섬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사비를 털어 책 발간을 무려 25년에 걸쳐 포기하지 않고 해냈다는 것이 존경스럽다.
8월 8일은 섬의 날, 한국섬진흥원 출범
지난 8월 8일 통영에서 행안부 주최로 제2회 섬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였다. ‘섬의 날’은 섬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한 법정기념일이다. 대국민 공모를 통해 섬의 무한한 가치(∞)를 상징하는 ‘8’이 반복되는 8월 8일을 섬의 날로 정했다. 그리고 지난 9월 8일 전남 신안군에 자리를 한 국립 한국섬진흥원(KIDI)이 창립총회와 창립이사회를 갖고 출발하였다. 섬의 날은 지난 2019년 목포에서 제1회 행사를 개최했으나 작년 코로나19로 순연되어 올해 2회 ‘섬의 날’ 기념식을 가졌다. 행안부는 더 많은 국민에게 섬을 알리기 위해 오는 12월 말까지 ’온라인 섬 전시관(http://www.k-island.org)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 접속하면 전국 주요 섬을 3차원 화면으로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한 섬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섬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강화할 계획이다. 작년 12월에 ‘도서개발촉진법’이 ‘섬발전촉진법’으로 개정되면서 섬 정책이 ‘개발’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섬의 종합적인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제 막 출범한 국립 ‘한국섬진흥원’이 섬의 체계적인 연구와 정책 발굴을 통해 섬의 미래를 체계적으로 구상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섬 지역 27개 기초단체가 참여하는 ‘섬 지역 기초단체장 협의회’와 협력을 통해 다양한 섬 정책과 사업 등도 논의, 각각의 섬이 갖고 있는 특성을 살려 관광·휴양지, 그린뉴딜, 해양산업 등 맞춤형 지원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진도 상조도 난장망에서 멸치잡이
새로 발간된 13권의 한국의 섬 여행서, 교양서로 가치 높다
그로부터 지역별로 구분한 한국의 섬 13권(2015년 5편, 2016년 3편, 2017년 5편 발간. 2021년 2쇄)을 소개받고 꼼꼼히 살펴보았다. 글과 사진이 튼실하게 수록된 걸 보니 그가 책에 쏟아부은 농밀한 섬사랑이 묻어나는 듯싶었다. 들여다볼수록 가히 육필원고요 검증 원고며 귀중한 자료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현재 섬에 대한 완벽한 백서다. 1쇄에 이어 올해에 발간된 2쇄는 자료를 보충하고 사진도 각 권마다 40~80커트의 새로운 사진들과 항해일기를 첨가 수록됐다. 해수부 같은 정부 기관에서 프로젝트로 기획해 만들어야 했을 이 귀중한 책이 그의 아름다운 섬 사랑으로부터 나왔다는 게 씁쓸하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한 일이고 그에게 고맙다. 왜냐면 이 책들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탐험 정신을 심어주며 무엇보다도 섬과 해양지침서로 미래세대가 꼭 읽어보아야 할 교양서가 되었기 때문이다. 알면 보이고 보인 만큼 섬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므로 그의 책을 보는 게 어찌 보면 바로 나라 사랑이다.
▲동격렬비열도 탐사하는 등대호
포상보다 섬의 날 제정이 더 반갑다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낸 그에게 해수부 산업포장 훈장, 장보고 대상, 여수시장상 서울공동모금회 회장상 등이 주어졌다. 그러나 그는 자기 수상보다 2018년도에 한국에서 세계최초로 ‘섬의 날’이 제정된 것을 기뻐한다. 2021년 8월 8일 통영에서 제2회 섬의 날을 개최하였고, 내년에는 군산 선유도에서 열린다. 그리고 9월1일 국립섬진흥원이 설립되어 이사장과 원장이 임명되었다.
이제야 정부가 섬과 바다 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전남도청에선 전남지역의 섬들을 재조명하고 섬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섬 인정교과서’를 제작 할 예정이다. 인과관계를 밝히기가 그렇긴 하지만 이재언 씨의 고군분투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최근 광운대학교 섬 정보연구소 소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한국의 섬’ 완간에 맞추어 여러 가지 좋은 일들이 그에게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 한국의 섬- 경기, 인천시편 표지
우리들의 공간의식을 섬과 바다까지 확장시켜야 한다
그는 말한다 “국민들의 공간의식을 육지 중심에서 섬과 바다까지 확대해야 한다. 바다는 세계로 통하는 길이며 섬은 세계로 가는 징검다리다”.
그는 이어 “국민 모금방식으로 등대 3호 배를 마련해 전국의 섬을 다시 한번 돌고 싶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으로 가는 장보고 항로와 신사유람단 항로를 탐색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재언 koreaisland3400@naver.com 010 9116 9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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